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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얼 카너먼.
어제(6일) 범여권의 조작기소특별검사법 강행 처리를 보며 기자의 뇌리에 스친 이름이다. 2024년 세상을 떠난 행동경제학의 큰 별. 노벨 경제학상 수상에 빛나는 그의 ‘전망이론’은 인간이 이득 앞에서는 안전을, 손실 앞에서는 도박적 선택을 하는 현상을 포착한다. 바로 ‘손실회피 편향’이다. 주식 투자로 1만원을 번 기쁨보다 1만원을 잃는 고통이 2배 더 크게 다가온다는 것. 영화나 미드에 종종 등장하는 대사인 “Cut your losses!”는 이런 함정에 빠지지 말 것을 경고하는 생활 속 지혜의 말이다. “본전 생각하지 말고 빨리 손절해!”
특검법을 둘러싼 논란은 올해 내내 끊이지 않았다. 태생부터 한 사람을 위한 위인설법이라는 비판이 논란의 본질이다. 여기에 하나가 더 보태졌다. 그 막대한 규모. 파견 검사 20명을 포함해 최대 309명이 최장 200일간 수사할 수 있는 항공모함급이다. 특검법 처리를 지켜보며 기자는 이해관계자(대통령과 여당)들이 왜 국회 통과를 서둘렀는지 배경을 곱씹었다. 다양한 설명이 있을텐데 감정적 접근을 배제하고 이론의 틀로 우아하게 설명하자면 카너먼의 손실회피 편향을 빌려야 할 것 같다.
먼저 이해관계자의 입장에서 궁박한 사정을 보자. 대통령 재임 기간 중 멈춰 선 각종 재판은 퇴임 후 재개된다. 이 리스크가 감당 불가한 손실로 다가올수록 이해관계자들은 성공적 국정 관리와 레임덕 최소화, 지지율 상승이라는 정도(正道)를 우회할 유혹이 커진다.
그들의 조급한 태도에는 매몰 비용의 함정도 도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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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규모가 만만치 않다. 지난해 대선 전후로 사법리스크 대응에 소진한 돈과 인적 자원, 무형의 정치적 자산이 막대하다. 국민의 눈에는 원상복구가 불가능한 매몰 비용이 분명한데 이해관계자들은 회수 가능한 자산으로 보는 것 같다. 피고인의 법률 대리인으로 뛰었던 인사들이 현 정부에서 고위 관직에 발탁되는 것이 그 위험한 증거다. 대리인들에게 이연된 보상을 하는 모습이다. 법률 방어의 진지를 ‘정부 시스템’으로 확장하고 게임 판돈을 키우는 인상을 준다.
손실회피 편향을 가리키는 또 하나의 근거는 대통령의 위험추구 성향이다. 여론의 역풍을 감수하고서라도 자신의 선택을 밀어붙이는 스타일을 말한다. 여태껏 실패한 개각 인사에서 국민이 자주 목격했던 면모다. 한 예로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야권에서도 말이 많았던 이혜훈 전 의원을 발탁했다가 고배를 마셨다. 왜 이 선택을 고집하는지 여당 내에서도 물음표가 컸다. 얼마 전 법무부 장관으로 낙.한 김승원 후보자 사례도 마찬가지다. 식약처 ‘오빠 로비’ 논란 속 인사청문회까지 강행했지만 결국 비난 여론을 뚫지 못했다.
‘6월 지방선거’도 그들의 이상 행동을 설명하는 키워드다. 지난 선거에서 여당은 특검법을 향한 여론의 비판을 살피는 시늉이라도 보였다. 그래서 봄날에 발의한 특검법의 처리를 선거 뒤로 미루고 “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선거 결과가 나왔다. 기대했던 압승은 고사하고 서울시장 자리를 야당 후보에게 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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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여당 후보는 대통령이 “일 잘한다”며 힘을 실어준 ‘명픽’ 인사였다. 누가 봐도 정부 정책과 여당을 향한 심판의 성격이었다.
지난 5개월의 반성과 성찰이 무색하게 여당은 ‘원. 재검토’라는 약속을 깨고 특검법을 속전속결로 밀어붙였다. 이해관계자들이 정상적이지 않은 수준의 조바심을 느끼고 있다는 신호다. 영화 속에서 많이 본 모습이다. 실패한 베팅을 다시 쓰는 건 도박장에서 판돈을 잃은 플레이어가 저지르는 손실회피의 전형이다.
그들의 손실회피 편향을 시사하는 마지막 키워드, ‘유시민’이다. 그는 연초 여당 내에서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 모임이 포착되자 이를 “미친 짓”이라고 지적했다. 더 무슨 부연 설명이 필요할까. 진보 진영 내부에서조차 매몰 비용의 함정에 빠져 정치적 오판을 하지 말라는 경고였을 것이다.
경제신문 독자들이라면 손실회피의 오류를 극복하는 수칙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하락장에서 물타기의 유혹을 뿌리치고 과감한 손절매로 피해를 수습하는 결단, 그리고 일희일비하지 않는 냉정함이다. 본전 생각에 사로잡혀 무리수를 두면 계좌 전체가 파산에 이른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특검법 강행은 사법리스크라는 손실 걱정에 짓눌린 이해관계자들의 물타기가 될 수 있다. 그 실수를 입법부와 행정부의 선출직 권력이 저지른다면 개인의 재산 손실 차원을 넘어 나라 시스템을 희생시킨다. 피해 범위가 클수록 민심은 선거를 통해 “Cut your losses!”를 채근할 것이다. 때마침 2028년 총선이 다가온다. 한국 정치사에 조작기소특검법이 진보 정권의 자산 전체를 강제 청산시키는 불행한 마진콜의 씨앗이 되지 않기를.
가올수록 이해관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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