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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호남 경제력이 줄어드는 가운데 지방금융지주가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건 ‘슬로우 데스’와 다름없다. 지방은행의 구조적 위기 속에서 양 사 통합이 유일한 해법이다”.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공공성과 지역성을 외면한 채 단기 투자수익만을 앞세우는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 개입은 지역금융의 존재 이유와 배치된다”. (지방분권균형발전부산시민연대·사단법인 분권균형)
국내 행동주의 펀드 공세가 갈수록 매섭다.
상법 개정으로 소수 주주의 영향력을 키우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면서 지배구조 개선과 자본전략 재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드세다. 과거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에 머물렀던 요구도 이사 선임과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 등 기업 핵심 의사결정 영역으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감사위원 선임 때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의결권을 3%로 묶는 ‘3% 룰’ 시행에 이어, 오는 9월에는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와 집중투표제 의무화도 예정돼 있다. 적은 지분으로도 다른 주주의 표를 모아 이사회에 진입하고 경영 전략에 관여하는 ‘소수 지분의 권력화’가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행동주의 펀드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이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려면 단기 주가나 주총 승패가 아니라, 장기 성장 기반 마련과 지배구조 개선에 역량을 모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K-행동주의 3.0
타깃 기업 벌써 60곳
행동주의는 타깃 회사의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인 뒤 적극적인 주주 활동으로 기업가치를 키워 차별적인 수익을 노리는 투자 전략을 뜻한다. 기업 전략을 수정하도록 요구하거나 운영의 개선, 효과적인 자산 배분, M&A 시도, 그리고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압력 행사 등이 대표적인 투자 전략이다. 이런 투자 전략을 기반으로 운용되는 펀드를 행동주의 펀드라고 부른다. 행동주의는 적극적인 투자를 지향한다는 .에서 비공개적이고 장기적인 개입을 선호하는 ‘주주관여(Shareholder Engagement)’와는 구분된다.
일반적으로 학계에서는 행동주의의 발전 단계를 크게 3단계로 나눈다. 미국의 대공황 이전을 시작으로 이후 ‘기업 사냥꾼’이 활동한 1세대, 회사의 경영 전략에 영향을 미치는 2세대, 그리고 최근 연기금, 사모펀드 영향력이 확대된 3세대로 구분된다. 이 구분에 비춰, 2000년 이후 우리 자본 시장에서는 3세대로 분류되는 행동주의 펀드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최근 국내에서 나타나는 ‘행동주의 3.0’은 활동량뿐 아니라 캠페인 방식과 요구 범위부터 과거와 뚜렷하게 구분된다. 한때 자본 시장 변방에 머물던 행동주의가 제도권 금융 심장부로 진입했다는 평가다.
영국 리서치 업체 딜리전트마켓인텔리전스(DMI)에 따르면, 올 1분기 행동주의 요구를 받은 국내 기업은 60곳으로 지난해 전체 규모와 대등했다. 이 기간 요구 건수도 134건으로 지난해 전체 142건에 육박했다. 상법 개정과 밸류업 프로그램 등 제도 변화도 행동주의 확산에 힘을 보탰다. 소수 주주 보호가 강화된 데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개인투자자 의결권 결집이 쉬워졌다. 덕분에 행동주의 펀드는 적은 지분으로도 기관과 개인 표를 모아 이사회 진입을 노릴 수 있게 됐다.
행동주의 펀드의 달라진 위상은 곳곳에서 확인된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최근 JB금융지주와 BNK금융지주에 독립이사로 구성된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외부 자문사를 선임해 양 사 합병의 전략적·재무적 타당성을 검토하라고 공개 제안했다. JB금융 지분 14.83%와 BNK금융 지분 1% 이상을 보유한 얼라인은 지방은행의 영업 기반 약화에 대응해 규모의 경제와 자본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두 회사 이사회는 현재로서는 검토가 적절하지 않다며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시각이 갈렸다. ‘합병안의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시각이 있는 반면, ‘지방금융의 위기를 이사회가 외면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얼라인이 즉각적인 합병이 아니라 독립적인 타당성 검토를 요구한 만큼, 이를 거부한 양 사 이사회도 독자 생존이 통합보다 유리한 이유를 구체적인 수치와 전략으로 설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쿼드자산운용도 영원무역 지분 1.7%를 바탕으로 총주주환원율 70% 확대와 내부거래 개선, 경영진 보상체계 개편을 요구하며 공개 캠페인에 나섰다. 과도한 현금 보유와 낮은 자본 효율을 문제 삼아 자본배분과 지배구조 전반을 겨냥한 사례다. 차파트너스는 삼영전자공업에서 감사 선임에 성공했다.
K행동주의 ‘뉴웨이브’
국내 행동주의가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 양적 확대와 질적 진화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활동 방식과 요구 범위, 영향력 등 모든 부문이 업그레이드 됐다. 주주총회 직전 공개적으로 기업을 압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연중 기업과 접촉하며 단계적으로 수위를 높인다.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넘어 기업 전략과 자본배분에도 관여한다.
뉴웨이브 ➊ 주총 한철? NO
과거 국내 행동주의 전략은 비교적 단순했다. 지분을 매입한 뒤 경영진을 공개 비판하고 주총에서 표 대결을 벌이는 식이다. 최근에는 양상이 달라졌다. 기업과 비공개 대화에서 출발해 공개 주주서한, 주주제안, 가처분·소송, 사전 합의, 주총 표결, 합의사항 이행 。검으로 이어지는 연속적인 과정으로 진화했다. 기업 대응에 따라 압박 수위를 단계적으로 높인다. 단발성 승부에서 ‘비공개 관여 → 공개 압박 → 법적 대응 → 표결 → 사후 。검’으로 이어지는 장기 캠페인으로 진화했다는 평가다.
쿼드자산운용의 영원무역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쿼드는 지난해 10월부터 영원무역과 비공개 방식으로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자 지난 6월 공개 주주서한을 발표했다. 내부거래 축소와 배당 확대, 경영진 보상체계 개선 등을 요구했다. 황호성 쿼드자산운용 대표는 “공개 서한을 상대적으로 일찍 낸 것은 문제를 공론화하고 회사와 충분히 대화해 합의.을 찾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플래시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lash light Capital Partners·FCP)도 지난 6월 에스원을 상대로 한 행동주의 캠페인을 공개로 전환했다. FCP는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와 칼라일그룹 등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에서 근무한 이상현 대표가 지난 2020년 설립한 행동주의 펀드 운용사다. FCP는 에스원에 5개년 사업 비전과 잉여현금 활용 계획을 제시하고, 주주 소통을 강화하는 등 5가지 개선 방안을 요구했다. 지배구조와 경영진 전문성도 문제 삼았다. 핵심 임원 대부분이 삼성그룹 내 다른 계열사 출신이어서 경비·보안 산업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25년간 에스원 대표이사는 모두 삼성그룹 계열사 출신이 맡았다. FCP는 이 같은 인사 구조가 중장기적으로 사업 경쟁력을 약화시킨다고 주장했다.
장기적 관.에서 캠페인을 이어가며 주총 이후까지 기업을 압박하는 사례도 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지난 2019년부터 태광산업 지배구조와 자본배분 개선을 요구해왔다. 2024년에는 주주제안 인사를 이사회에 진입시켰고, 올해 주총에서도 채이배·윤상녕 후보 선임을 추진했다. 두 후보는 모두 부결됐지만, 이후에도 압박을 이어갔다. 태광산업이 ‘2026년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하자 내용이 미흡하다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는 공개 주주서한을 보냈다. 한 차례 주총 승패로 캠페인을 끝내지 않고 회사가 내놓은 후속 계획을 다시 평가하며 요구 수위를 조정하는 방식이다.
얼라인파트너스는 BNK금융지주와 JB금융지주의 ‘연합형 합병지주’ 구상을 요구했다. (각 사 제공)
뉴웨이브 ➋ 이사회 ‘불편한 동거’
국내 행동주의는 양적 성장은 물론, 참여자 다변화·이사회 진입 등 질적 변화도 활발하다.
과거에는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처럼 당장 주주에게 현금을 돌려주는 방안이 중심이었다. 최근에는 이사회 진입과 경영진 보상체계 개편, 정보 공개 확대 등 기업 의사결정 구조를 직접 바꾸려는 요구가 늘고 있다.
딜리전트마켓인텔리전스(DMI)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 기업을 상대로 제기된 행동주의 요구 134건 가운데 지배구조 개선이 46건으로 가장 많았다. 지난해 연간 42건을 이미 넘어섰다. 이사·감사 등 인사 선임 요구도 18건에 달했다.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소각 등을 포함한 주주환원 요구는 23건으로 지배구조 개선의 절반 수준이었다. 이외 자본 구조 개선은 16건, 경영진 보수 관련 요구는 14건이었다. 일회성 주주환원을 넘어 기업 경영에 지속적으로 관여하는 방향으로 행동주의가 진화한 것이다. 제임스 림 달튼인베스트먼트 파트너는 “규모가 작은 운용사들도 흥미로운 주주제안을 제시하고 승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동주의 펀드의 이사회 진입도 낯설지 않다. 얼라인파트너스는 JB금융과 DB손해보험, 가비아 등에서 추천 인사를 이사회에 진입시키며 공개 요구를 의사결정 체계 안으로 끌어들였다. 행동주의 펀드의 이사회 참여는 기업 내부 정보 접근성과 전략 논의에 미치는 영향력을 크게 높인다.
행동주의와 ‘불편한 동거’가 늘면서 재계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경영권을 흔드는 외부 세력으로만 치부하기보다, 불편하지만 피할 수 없는 견제자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조금씩 확산한다. 공개 충돌이 기업가치와 평판에 부담을 줄 수 있는 만큼, 요구를 전면 거부하기보다 비공개 대화와 일부 제안 수용, 이사회 진입 합의 등으로 장기 협상 관계를 구축하려는 기업도 늘고 있다. 행동주의와 기업 간 관계도 고차방정식으로 변화했다는 평가다. 재계 관계자는 “제도 변화와 주주 여론을 고려하면 정면충돌 비용이 커 대화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라며 “추천 인사의 이사회 진입은 내부 정보 관리 부담을 키울 수 있어, 기업으로서는 여전히 불편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뉴웨이브 ➌ 소수 지분 권력화
제도 변화도 행동주의 확산을 뒷받침하는 요인이다. 최대주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3% 룰과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이 대표적이다.
3% 룰은 감사위원 선임·해임 과정에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의결권을 제한하는 제도다. 최대주주가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도 이를 모두 표로 행사할 수 없기 때문에 소수 주주 의결권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진다. 장부상 지분율 격차가 커도 표 대결에서는 차이가 크게 좁혀질 수 있다. 올 9월부터는 행동주의 펀드가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이 늘어난다.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는 집중투표제를 의무적으로 도입한다. 집중투표제는 여러 명의 이사를 선임할 때 주주가 보유한 표를 특정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이사 3명을 뽑는다면 주주는 보유 주식 수의 3배에 해당하는 의결권을 한 후보에게 집중할 수 있다. 소수 주주가 추천한 후보를 이사회에 진입시킬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다.
감사위원 분리선출 대상도 기존 1명에서 2명 이상으로 확대된다. 분리선출은 일반 이사를 먼저 뽑은 뒤 감사위원을 정하는 방식과 달리, 처음부터 감사위원이 될 이사를 따로 선임하는 제도다. 이 과정에는 3% 룰이 적용돼 최대주주 의결권이 제한된다. 집중투표제와 분리선출 확대가 맞물리면서 최대주주의 이사회 장악력은 상대적으로 낮아지고 소수 주주 영향력은 커질 수 있다.
이런 제도를 지렛대 삼아 행동주의 펀드가 소수 주주들과 연합해 영향력을 더 키울 수 있단 관측도 나온다. 기관과 개인투자자 지지를 끌어내 ‘소수 지분의 권력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공개 주주서한과 주주제안으로 쟁。을 공론화한 뒤 국민연금과 외국인 투자자, 개인주주의 지지를 얻어 표 대결에 나서는 방식이다. 전자 주총 의무화도 힘을 싣는 요소다. 박세연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027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는 온라인 주총을 병행해야 한다”며 “지리적 제약 없이 의결권을 행사할 통로가 열리면서, 주주제안과 표 대결 장벽이 낮아지고 행동주의 펀드가 연합전선을 꾸리기도 쉬워졌다”고 평가했다.
기업도 방어책 마련에 나선다. 정관에 이사 수 상한을 두거나 이사 임기를 해마다 엇갈리게 설계해 한 번의 주총에서 교체되는 이사 수를 줄이는 방안이 거론된다. 감사위원 수를 늘리는 방법도 검토 대상이다. 감사위원회를 최소 인원인 3명으로 구성하면 분리선출 위원 2명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는 만큼 전체 위원 수를 늘려 영향력을 희석하려는 것이다.
심판대 선 K-행동주의 쟁。은
행동주의가 기업 밖 감시자에서 이사회 내부로 이동하면서 새로운 쟁.도 생겨나고 있다. 단기 주가와 주주환원에 그치지 않고 장기 투자와 성장 기반까지 지켜낼 수 있는지, 추천 이사가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추고 전체 주주 이익을 대변하는지가 쟁。으로 떠올랐다. 적은 지분으로 얻은 영향력이 특정 펀드의 회수 전략에 휘둘리지 않도록 책임과 이해상충을 검증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쟁. ➊ 장기 투자에는 독?
행동주의 펀드를 바라보는 세간의 핵심적인 우려는 단기실적주의(Short-Termism)다. 주주 이해관계를 우선 고려하는 과정에서 기업의 장기 성장을 위해 미래 성장 기반이 되는 재무적 지출(Capex) 축소, 폭탄 배당을 통한 순현금 유출 등의 우려가 그렇다. 단기적으로는 이런 가능성이 확대된다는 게 학계 분석이다. 여러 선행 연구에 따르면, 행동주의 펀드 활동 이후 해당 기업에서는 단기적 주가 상승, 배당 성향 확대 등 긍정적인 측면이 목격됐다. 반면, 세간의 우려대로 타깃 기업의 재무적 지출 감축, 자산 매각, 유휴 인력 구조조정, 정리해고 등의 가능성도 확대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시장연구원이 2022년부터 2023년 상반기까지 공개된 국내 행동주의 타깃 기업 15곳을 분석한 결과, 주주제안 공개 이후 주가는 시장 평균보다 더 올랐지만, 이런 효과는 약 20거래일까지만 뚜렷했고 40거래일 뒤에는 통계적 유의성이 사라졌다. 행동주의 등장만으로 주가가 단기 반응할 수 있지만, 지속적인 경영 개선과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다만, 장기적으로 행동주의가 기업가치를 훼손한다는 주장을 일관되게 뒷받침하는 실증 근거 역시 제한적이다.
미국 제조사업장을 분석한 실증연구에서는 행동주의 개입 이후 3년간 대상 기업의 생산 효율성이 개선됐다. 특히 사업 전략 변화를 요구한 캠페인에서 효과가 두드러졌다. 매각된 사업장 생산성도 새 소유주 아래서 높아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또 다른 장기 연구에서도 행동주의 개입 이후 5년 동안 타깃 기업의 총자산이익률과 기업가치, 장기 주가수익률이 체계적으로 악화된다는 증거는 나타나지 않았다. 행동주의 단기실적주의 우려를 뒷받침할 일관된 증거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소수 지분을 확보한 뒤 여론몰이로 다른 주주의 표를 모아 경영진 의사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데 따른 비용도 쟁.이다. 장기 계획 수립을 위한 경영진 주의력(Attention)을 분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매각 대상 기업 이사회에 행동주의 측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면 잠재 인수자가 경영권 불확실성을 이유로 인수를 포기하거나 가격을 낮출 가능성도 있다. 권흥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행동주의 펀드 활동 3년 뒤에도 타깃 기업의 생산성이 증가하는 등 장기적으로 경영 성과 악화를 유발한다는 실증적인 근거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쟁. ➋ 대리인 우려도
행동주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또 다른 ‘대리인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고개를 든다. 행동주의 펀드는 1~5% 안팎 지분만 갖고도 소수 주주와 기관투자자 표를 결집해 이사 선임과 자본배분, 사업 재편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지배주주와 경영진을 견제한다는 .에서는 전체 주주 이해관계와 맞닿지만, 펀드 투자 기간과 목표 수익률, 회수 시。이 다른 주주들과 항상 일치할 수는 없다. 특별 배당이나 자산 매각, 대규모 자사주 매입이 당장 주가에 도움 되더라도 장기 투자 여력을 약화한다면 그 비용은 행동주의 펀드가 지분을 처분한 뒤 남은 주주가 떠안게 된다.
이 때문에 행동주의 측에도 영향력에 상응하는 투명성과 설명 책임을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보유 지분율뿐 아니라 파생상품을 포함한 실질적인 경제적 이해관계, 예상 투자 기간, 추천 이사와 펀드의 관계, 기업과 체결한 합의 내용 등을 충분히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추천 이사가 이사회에 진입한 뒤에는 특정 펀드의 수익 극대화가 아니라 회사와 전체 주주의 공동 이익을 기준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다는 。을 입증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행동주의 활동에 대한 정보가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공개될 수 있는 공시 체계 정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며 “기업과 기관투자자 간 의견 소통이 일어날 수 있는 공식적·비공식적 정보 경로를 확대하고 경영진의 경영권 불안에 대한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제도적 배려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터뷰 | 황호성 쿼드자산운용 대표
“K-디스카운트, 행동주의가 맞춤 처방”
쿼드자산운용은 지난 2019년 행동주의로 영역을 확장한 뒤 전문가들을 영입하며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영원무역에 57페이지 분량 공개 주주서한을 보내 주목받았다. 황호성 쿼드자산운용 대표를 만나 한국 행동주의 현실과 과제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Q. 한국 기업이 저평가받는 원인은.
A. 한국 증시는 반도체 등 경기민감 산업 비중이 높아 미국보다 낮은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 이런 산업 구조는 단기간에 바꾸기 어렵다. 지정학적 리스크도 마찬가지다. 반면, 기업이 벌어들인 돈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고칠 수 있는 요소다. 투자할 곳이 있다면 재투자해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으로 주주에게 돌려줘야 한다. 아무 계획 없이 현금만 쌓아두면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낮아지고 기업가치도 떨어진다.
Q. 기업은 불확실성 대비를 위해 현금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A. 상장사는 보유 현금만으로 사업하는 회사가 아니다. 자본을 효율적으로 운용해 시장의 신뢰를 얻고 기업가치를 높이면, 필요할 때 자본 시장에서 더 유리한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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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단순하게 생각하면, 시가총액 10조원인 기업이 1조원을 조달하려면 기존 주식의 10%에 해당하는 신주를 발행해야 한다. 자본 효율성을 높여 기업가치가 40조원까지 올라간 기업이라면 같은 1조원을 조달하는 데 필요한 신주 발행 규모는 2.5%에 불과하다.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 부담도 그만큼 줄어든다. 불확실성에 대비한다는 이유로 현금을 계속 쌓아두는 것보다 자본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편이 미래 자금 조달 능력을 키우는 방법이다.
Q. 행동주의 펀드를 두고 ‘먹튀’라는 비판도 있다.
A. 기업 배당 정책과 자본 배분을 개선한 뒤 지분을 매각하는 것을 ‘먹튀’라고 보기는 어렵다. 긍정적인 변화가 남아 있다면 모든 주주가 혜택을 받는다. 펀드는 투자자에게 돈을 돌려줘야 하고 만기도 있다. 주식을 영원히 보유할 수는 없다. 다만 경영권 분쟁에 편승해 주가가 오르자 곧바로 빠져나왔다면 ‘먹튀’라는 비판이 가능하다. 핵심은 기업에 어떤 변화를 남겼느냐다.
Q. 국내 행동주의 시장은 어느 단계인가.
A. 아직 도입기다. 일부 운용사가 선도 그룹에 있지만 행동주의 전략으로 뚜렷한 성공을 거둔 운용사가 나왔다고 보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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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에 적극 나설 독립계 운용사가 많지 않다는 .도 한계다. 대기업이나 금융그룹에 속한 운용사는 계열 관계와 기존 사업 때문에 투자 대상 기업을 공개 압박하기 어렵다. 외부 압력이나 이해상충에서도 자유롭기 어렵다. 그렇다고 시장의 성장 여력이 작다고 보지는 않는다. 일본도 제도와 투자자 인식이 갖춰지고 성공 사례가 쌓인 뒤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한국도 기업가치 개선과 투자 성과를 함께 보여주는 사례가 나오면 참여자가 빠르게 늘어날 수 있다.
Q. 영원무역을 타깃으로 삼은 배경과 공개서한 이후 변화는.
A. 영원무역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좋은 기업이지만, 주주환원이 부족하고 자본배분 투명성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기준。으로 삼는 ‘자본 효율성 제고’가 꼭 필요한 곳이라 판단했다. 공개 서한을 조금 일찍 보냈다는 반응이 있는데, 내년 주총 직전 공개하면 사실상 표 대결을 하자는 의미가 된다. 서한을 일찍 낸 것은 문제를 공론화한 뒤 회사와 충분히 대화해 합의。을 찾기 위해서다. 공개서한 이후 여러 외국계 투자자가 연락해왔다. 영원무역의 외국인 지분율이 30% 안팎으로 높은 만큼 요구안에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밝힌 곳도 있었고, 추가로 지분을 매입한 투자자도 있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71호(2026.08.05~08.1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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