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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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발”선미는 쇼부갓 사무동 건물 뒤로 돌아 구석에 주저앉았다.담배를 꺼내 물고 불을 붙였다.직장 생활을 시작한지 벌써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 것이 있다."언제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강포축협 김선미 대립니다""누구? 선미. 나 형제축산인데 사료 주문한지가 언젠대 아직도 안와. 소들 다 굶길꺼야?""예 조합원님 제가 사료사업부에 전화해서 확인 후 연락드리겠습니다""뚜 뚜 뚜....""아 씨발"세상에는 절대로 익숙해질 수 없는 것이 있다고 선미는 생각했다. 아직 오전 11시. 이 기분으로는 점심도 먹기 힘들다.스마트폰을 열어 인스타를 뒤지기 시작한다.그 속에 있는 친구들은 하나같이 행복한 얼굴이다. 여행에 외식에 쇼핑에 잘생긴 남친에선미는 기분이 더 다운되는 것을 느낀다.선미네 부모님은 강포시에서 한우를 키우면서 벼농사와 이것저것 밭농사를 함께 했다.그 어느 것 하나 신통한 것이 없었던 것인지 선미네 집 살림살이는쉽게 나아지지 않았다.아버지와 어머니는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쉬지 않고 일했지만 딸이 원하는 학원을 마음 편하게 보내줄 수도 없었다.딸만 셋, 그 중에서도 둘째 선미는 학원 한번 다녀보지 못했다.어머니는 유독 언니 선자만 학원에 보내주셨다.공부도 신통치 않았던 선자 언니는 걸핏하면 학원을 빠지고, 이 학원 저 학원을 옮겨달라고 졸랐고, 그럴때마다 엄마는 군소리 한번 없이 언니가 원하는데로 해주셨다.집안 잡일은 선미의 몫이었다. 설거지와 빨래는 물론이고, 동생 선경이 숙제를 봐주는 것까지 모두 선미가 해야할 일이었다.선미는 강포가 죽도록 싫었다. 어떻게든 떠나고 싶어 더 악착같이 공부했다. 아슬아슬하게 서울에 있는 대학에 턱걸이로 입학했다.선미는 뛸듯이 기뻤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어느 날 어머니는 입학 대신에 취직을 하라고 했다."언니가 어학연수 준비중인거 알지? 우리 형편에 너까지 두명 뒷바라지 하는 건 어렵다는거 너도 알꺼야. 원래 니가 원하던 과도 아니잖아 아빠 아는 조그만 사무실에 여직원을 뽑는다니까 거기 취직해"선미의 눈에는 광기가 비쳤다."엄마 도움같은 거 필요없어. 내가 알아서 할 꺼니까 더 이상 나보고 이래라 저래라 하지마"선미는 그렇게 강포를 떠났다.학교 근처 고시원은 선미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작았다. 창문하나 없는 방에 책상하나가 전부인 그곳이 고향을 떠난 선미에게 허락된 유일한 공간이었다. 학자금 대출을 받고, 아르바이트를 몇개씩하면서 선미는 악착같이 학교를 다녔다. 어머니와는 일체 연락을 끊었고, 가끔 동생 선경이와 통화를 하면서 안부를 묻는 정도로 지냈다. 언니는 캐나다로 떠난 어학연수에서 만난 남자와 결혼할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들렸다.선미는 신경쓰지 않았다. 아니 신경쓰고 싶지 않았다.독하게 4년을 보냈다. 그 동안 강포에는 한번도 가지 않았다.졸업식을 며칠 앞두고 선경이가 근처로 찾아왔다. "말은 안해도 엄마가 언니생각 많이해. 나 한테 가끔 언니 안부를 묻기도 하고, 혼자말로 후회도 하고, 얼마 전에는 그러시더라 선미한테 너무 미안해서 미안하다는 말도 못하겠다고"그러면서 봉투를 내밀었다."필요없어. 그런말 할꺼면 가"선미는 뒤도 안돌아보고 자리에서 일어나 고시원으로 돌아왔다. 선경이와도 연락을 끊었다.졸업식에는 가지 않았다. 졸업앨범도 사지 않았다.4년을 다녔지만 남은 건 아무것도 없었다. 취업을 위해 자기소개서와 입사원서를 쓰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상이 됐다. 아르바이트도 쉴 수 없었다.고시원에 누워 천장을 보면서 선미는 생각했다. "나와 고시원 천장의 거리가 꼭 세상과 나의 거리같다"1년 정도를 보내고, 공무원 공부를 시작했다. 어중간한 학교에 어중간한 학과, 어중간한 성적과 어중간한 외국어 실력으로는 갈 수 있는 곳이 없었다.공무원은 달랐다. 성적으로 능력을 증명하면 된다는 생각에 선미는 이를 악물었다. 노량진으로 고시원을 옮기고, 학원을 등록했다. 강의실은 터져나갈 것 같았다.선미는 속으로 다짐했다. "딱 1년 안에 쇼부본다."1년은 금방 지나갔다. 선미는 여전히 취준생이었다.또 다시 1년이 지났다. 그리고 다시 1년.강포를 떠나온지 8년이 됐다.스무살에 부푼 꿈을 안고 서울생활을 시작했던 선미는 지칠대로 지쳐버렸다. 더 이상은 버틸 힘도 의지도 없었다. 내년부터는 학자금 대출을 갚아야 하는데.한 줌 자존심 같은 것도 없었다.강포로 가는 막차에 올랐다. 오랜 서울 생활이었지만 짐이라고는 배낭하나에 캐리어 하나면 충분했다.밤늦게 집에 도착했다. 마당에 들어서자 소들이 크게 울어댔다.밖을 내다보시던 아버지는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으셨다. 그새 많이 늙어버리셨다.엄마는 맨발로 뛰어나와 선미를 꼭 안고 한참을 울었다. 울지않겠다고 수 없이 다짐했던 선미도 눈물이 터졌다.선미는 그날 참 오랜만에 깊고 편안한 잠을 잤다. 밖에선 소가 울었다.선미는 강포축협에 일자리를 구했다. 계약직이었지만 시골에서 그만한 일자리를 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조합원이었던 아버지가 어느 정도 힘을 써 준 것을 선미는 애써 모른 척했다.선미가 맡은 일은 사무실로 걸려오는 전화를 받는 것과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커피를 타주는 일이었다."선미씨 우리 부서는 외근이 많은 부서라 담당자가 자리에 없을 때가 많아요. 그러니까 전화가 들어오면 꼼꼼하게 받아 잘 처리하는게 어느 업무 못지않게 중요해요. 모르는 거 있으면 선배들 하는 거 보면서 하나하나 차근차근 배워나가면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겁니다. 그럼 잘 부탁해요"기본적인 입사 교육을 받고, 처음 부서배정을 받은 첫날 길상진 상무는 이렇게 말했다. 따뜻하고 젠틀한 사람이라고 느껴졌다.하지만, 실제 업무는 길상무의 말처럼 간단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전화하는 사람 대부분이 자신이 누구인지를 밝히지 않았고, 선미가 조금만 버벅거리면 윗사람을 바꾸라고 소리치는 것이 다반사였다.혹독한 알바생활을 거치면서 단련된 선미였지만 업무배치 일주일만에 선미의 멘탈은 말 그대로 가루가 됐다.나중에 알게 됐지만 선미가 배정된 강포축협 종합지원센터는 온갖 민원이 집중되는 곳이었고, 센터장 업무를 맡고 있던 길상무는 현 조합장에게 찍혀서 이곳을 맡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선미가 바스러져 가는 멘탈을 부여잡으면서 버틸 수 있었던 것은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길상진 상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길 상무는 조합 내에서 가장 오래 근무한 축에 속했고, 많은 후배 직원들이 존경하는 인물이었다. 열성적인 근무 스타일과 항상 상대를 존중하는 말투. 그리고, 대부분의 직원들이 활동하기 편한 등산복을 자주 입고 출근하는 것과 달리 길상무는 항상 깔끔한 정장을 입고 출근했고, 현장을 나가야 할때면 사무실에 준비된 작업복을 갈아입고 나갔다. 사무적인 업무로 손님이나 조합원들을 만날 때면 정장에 잘닦아진 구두를 신었다.회식자리에서 그는 "정장을 입는 것이 중요한게 아니라 상대에게 존중받기 위해서는 나부터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거야. 우리가 비록 조합원을 주인으로 모시는 직원이라 하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해보려고 하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거야"라고 후배 직원들에게 말하는 것을 선미는 들었다. 다음날 선미는 아픈 속을 부여잡고 오랜만에 정장을 꺼내 입었다. 그날 센터 직원 중에 정장을 입고 출근한 사람은 길상무와 선미 뿐 이었다.시간이 지나면서 선미는 점점 업무에 능숙해졌다. 몇몇 직장동료, 조합원, 거래업체 사람들과 친해지면서 선미의 모습은 몰라보게 달라지고 있었다.항상 그늘이 있는 것 같았던 표정은 한결 밝아졌다. 웃는 모습이 가끔 보였다.마음 한구석에 자리잡고 있던 어둠이 걷어지는 것을 선미 스스로도 느꼈다. 힘든 일을 함께한다는 동지애로 종합지원센터 직원들은 서로를 아껴주는 끈끈함이 다른 어느 부서보다 쇼부갓 강했다.그 속에서 선미는 치유되고 있었다.혼자라는 불안감이 사라지고, 함께한다는 따뜻함이 그녀의 몸과 마음을 덥여주고 있었다.부모님과도 별 문제없이 지냈다. 처음 몇달간은 집에서 지냈지만 오랜기간 떨어져 살아서 인지 불편한 마음을 떨칠 수 없어 선미는 시내에 조그마한 자취방을 하나 구했다. 화장실 하나에 싱크대, 침대 책상 겸 화장대가 전부인 원룸이지만 서울 고시원에 비하면 대궐같은 집이다.선미는 가끔 집에 갔고, 어머니는 자주 그녀의 자취방에 다녀갔다. 얼굴을 마주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어머니는 낮아 와서 밑받찬을 챙겨주고, 밀리 ㅡ 빨래를 돌려주고, 청소를 해주고 말없이 돌아갔다.퇴근 후 집에 돌아온 선미는 반찬을 꺼내먹으며 엄마를 생각했다.아버지에 대해 이야기를 듣게 된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권 조합장은 권위적이며, 여러사람 앞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이야기들을 가감없이 전달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권 조합장이 참석한 회식 자리에서 그는 또 이런저런 얘기들을 쏟아냈다. 길상무는 권조합장의 맞은 편에 앉아 말없이 술을 마셨다. 그러거나 말거나 권 조합장은 이사람 저사람 불러다가 술을 먹이고, 듣거나 말거나 자신의 말을 계속했다.선미에게도 차례가 돌아왔다."선미야 내가 형님을 많이 존경하는 거 너 알지. 남자 다우시고, 의리 있으시고, 인물 좋으시고, 그러니 내가 존경하지 않을 수가 있냐? 너 입사원서 내고 한번 찾아오셔서 말씀하시길 '내 딸이지만 남의 딸 떨구면서까지 취직시키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저 남들과 똑같은 기준에서 공정하게 평가받도록만 해주면 좋겠어. 굳이 이런말을 하는 건 내 딸인거 다 아니까 일부러 찾아와서 말해두는 거야'라는 거야. 캬~ 역시 형님은 형님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지. 그러니까 선미 너도 빽으로 들어왔다는 생각은 하지도 말고, 그저 열심히만 하면 정규직도 될 수 있는 기회가 올테니까 알겠지?"선미는 그저 고개를 숙인체 들릴듯 말듯한 목소리로 웅얼거렸다.저런 말을 전직원들이 듣는 자리에서 가게가 떠나가라 큰 소리로 쩌렁쩌렁. 갑자기 담배가 땡겼다.선미는 그 자리에서 쏘맥을 연거푸 몇 잔인가 받아 마시고 조용히 자리를 나와 가게 뒷편으로 돌아 담배를 꺼내 물었다. 담배를 한모금 깊이빨아 연기를 뿜는데 인기척이 들렸다."선미씨네 언니는 지금 연락을 끊었다며?""캐나다 유학가서 남자를 만났는데 몇년 전부터 연락이 아예 없다네""그 집도 참 복잡해""그러게, 이혼한 사람들이 만나서 잘 사는가 했더니 자식들이 말썽이네"선미는 순간 술이 확깨는 것을 느낀다."이혼?"적지 않은 술을 마셨는데도 선미는 취기가 오르지 않았다. 오히려 신경은 점점 더 예민해지고 있었다. 방으로 돌아와서도 놀란 가슴은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선미는 다음날 반차를 내고 부모님 집에 달려갔다.부모님의 이혼경력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다만 우리집 내부사정에 대해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이 참을 수 없었다.마당에 들어서자 엄마는 축사를 치우고 있었다. 아버지는 보이지 않았다. 몇년전부터 아버지는 자주 집을 비우고, 술을 자주 드셨다.급하게 할 말이 있다며 엄마를 잡아끌었다."엄마 혹시 우리 집안 일 중에 내가 모르는게 있어?""뭐? 무슨 소릴 하는 거야""엄마랑 아빠가 이혼했던 사람들이었다는게 사실이야?"아니길 바랬다. 잘못들었던 것이길 바랬다.엄마가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라고 말해주길 바랬다.그런데 엄마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선미는 가슴이 조마조마해졌다."엄마 나도 어른이야. 다 이해할 수 있어. 사실대로 말해줘"엄마는 한참동안 선미를 쳐다보더니 말문을 열었다."몇번이나 얘기를 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그게 시간이 지날 수록 말하기 어려워지더라. 그래 맞아.엄마랑 아빠는 다른 사람과 결혼했었어. 각자 사정이 있어 오래 못살고 헤어졌지. 아빠에게는 니 언니가 있었고, 엄마에게는 선미 니가 있었다. 혼자 아이를 키우면서 산다는게 말처럼 쉽지 않더라.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아빠를 소개받게 됐고, 무던한 성격에 성실해 보이는 인상이 나쁘지 않아 같이 살게됐지. 할 줄 아는 것이 없었던 엄마에게는 선택지가 없었다. 아버지는 가족이 늘어나면서 말 그대로 소처럼 일했다. 그래도 불평 한번 하지 않았어 너랑 니 언니가 마치 친자매 처럼 사이좋게 지냈거든. 그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아서 엄마도 아빠도 정을 붙여 살수 있게 됐던 것 같아"선미는 어렴풋이 그 때 기억이 나는 것도 같았다. 언니를 세상 누구보다 좋아했던 그때가."강포로 이사를 오고, 선경이가 태어나고 우리는 누가봐도 좋은 가족으로 살 수 있었다. 그런데 니 언니가 어느 날부터 삐뚫어져 나가기 시작하더라. 너 한테도 못되게 굴고, 그래서 아버지가 어느날 야단을 심하게 치셨지. 그랬더니 '나 엄마한테 보내줘'라고 말하는 거야. 어찌나 놀랐던지 난 지금도 그 때 생각하면 가슴이 철렁하고 내려앉는다.선자 친엄마가 어떻게 알고 몰래 찾아와 선자를 몇번 만나고 갔었나보더라고, 니 어버지 그 얌전한 양반이 불같이 화를 내시더라. 선자에게 심하게 매질을 하고, 밤새 한잠도 못주무시고, 한숨만 쉬는 것이 꼭 내 잘못인 것 같아서 엄마는 숨소리도 크게 못내고 눈치를 살폈지"선미도 그때가 기억이 났다. 무슨 일 때문인지는 몰라도 선경이와 작은 방에서 이불을 덮어쓰고 울면서 보냈던 기억. 언니는 매를 맞으면서도 악다구니를 썼고, 그럴 수록 아빠의 매질은 더 심해졌고, 엄마는 그런 아빠를 말리느라 온몸으로 언니를 덮어 안았다.그날 이후 언니는 달라졌다.선미와 꼭 필요한 말이 아니면 어떤 말도 하려하지 않았고, 자기 물건에 손을 대면 불같이 화를 냈다. 선미는 처음에 언니가 무서웠고, 나중에는 언니가 미웠다. 그리고, 그런 언니를 항상 먼저 챙기는 엄마도 미웠다. 아버지는 너 말수가 적어지셨다."언니는 지금 캐나다에서 친엄마랑 산다. 선자 친엄마가 걸핏하면 아빠에게 돈을 받아갔었나봐. 그러다가 선자랑 캐나다 가서 살테니 얼마를 달라고 했다더라. 나는 안된다고 했지만 아빠는 그렇게 하자고 하시더라. 애지중지하며 키우던 소를 다 팔아버리고, 빈 축사를 바라보는 그 양반 눈이 어찌나 슬프던지. 아버지는 그날 저녁에 봉투를 내밀더라""선미 줘"선미는 언젠가 선경이가 가져왔던 봉투가 생각났다."내가 더 잘하면 마음이 돌아올꺼라고 생각했지만 결국은 그렇게 안되더라. 너까지 그렇게 집을 나가고 나서 나는 하루 아침에 딸을 둘이나 잃었다. 그런데 그렇게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딸이 어느날 돌아온거야. 지치고 힘든 모습으로 돌아온 너를 보고 난 다짐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다시는 잃지 않을꺼라고. 난 지금도 선미 너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그래서 더 조심스럽고, 더 조심스럽다. 아버지도 그러신가봐. 틈만나면 반찬해서 선미네 다녀오자고 하시고, 직접 운전하셔서 데려가신다. 혹시 퇴근시간에 마주치지 않을까 어떤 때는 나 보다 더 조바심을 내시더라"선미는 땅바닥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해할 수 없었던 행동들의 상관관계가 풀어지면서 선미는 허무하면서도 억울함이 차오르는 것을 느낀다.어느 새 밤은 깊었다. 아버지는 아직도 돌아오시지 않고 있다.이야기를 마친 선미와 엄마는 축사로 나가 소들에게 여물을 주고, 함께 청소를 했다. 한때는 30마리가 넘었던 소들이 지금은 갓 10여 마리 정도 뿐이다. 소들은 주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가져다준 볏짚을 허겁지겁 먹어치운다. 선미는 자릴 펴고 누웠다.밖에서는 소 울음소리가 들려왔고, 선미는 오랜만에 깊은 잠을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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