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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이란과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두 개의 전쟁'에 휘말릴 조짐이 급격히 나타나고 있다. 호르무즈해협 파병 가능성을 열어 둔 한국을 향한 이란의 날선 경고와 우크라이나에 미사일을 지원하라는 미국의 공개 압박이 동시에 터져 나오면서다. '대미 투자 지연'으로 비롯된 트럼프 행정부의 불만이 '안보 청구서'의 형태로 누적되는 형국이다.
이란의 안보 분야 고위 당국자는 4일(현지시간) 공개된 레바논 매체 알마야딘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미국의 불법 군사작전에 협력하도록 강요하는 미국의 압력에 응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특히 이 당국자는 "이란인과 그 권리를 침해하는 범죄에 대한 어떤 공모도 좌시하지 않겠다"며 "한국이 호르무즈해협에서 이란에 대항하는 행동을 할 경우 이를 이란에 대한 직접적인 침략 및 전쟁 참여로 간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이 군을 파병할 경우 공격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명분을 제시한 것이다.
호르무즈서 의도치 않은 전투 배제 못해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에 P-8A 해상초계기, 군수지원함, 폭발물처리(EOD) 전력 등을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지난 2024년 9월 25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76주년 국군의 날' 미디어데이에서 비행하는 해군 초계기 모습. 뉴시스
한국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지속적이고 공개적인 파병 요구에 군사적 기여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앞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한반도 대비 태세에 큰 손상이 있지 않은 범위에서 운신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어야릴게임
. 트럼프 대통령의 파병 압박을 언제까지 외면할 수만은 없다는 뜻이다. 실제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청와대의 발표 직후 "한국은 중동 원유의 최대 고객 중 하나다. 미국은 이 지역에 대한 한국의 자원 전개를 여전히 가다리고 있다"며 한국의 파병 결정을 재촉했다.
정부는 신형 해상초계기인 포세이돈(P-8A)과 군수지원함인 소양함 등 '비전투 자산' 파견 계획을 내부적으로 수립한 것으로 전해진다. 파병 반대 여론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전투 임무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대이란 메시지 발신 차원에서다.
하지만 최근 미국·이란의 교전 양상이 호르무즈해협뿐만 아니라 인근 해역에서 함정·유조선까지 공격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한국군의 비전투 자산이 이란의 공격 대상에 놓이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없고, 피격 시 반격에 나서야 하는 등 의도치 않게 전투에 휘말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은 6일 프랑스 국빈방문을 위해 출국했다. 프랑스는 영국과 함께 호르무즈해협의 안전한 통항을 위한 다국적 연합체 논의를 주도해온 나라로, 8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파병과 관련한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동맹 입증 기회"
한국의 파병을 압박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도 압박하고 나섰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한국형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요격 미사일 천궁-Ⅱ를 우크라이나에 팔아야 한다고 주장한 워싱턴포스트(WP) 칼럼을 공유했다
용의눈게임
. 친(親)트럼프 성향의 외교·안보 전문가인 마크 티센은 이 칼럼에서 "트럼프가 천궁-Ⅱ 자체 비축분을 우크라이나에 팔도록 한국을 압박해야 한다"며 "(한미)관계 개선을 위해 우크라이나에 요격 미사일을 제공해 미국의 부담을 덜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는 한국이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지원을 거부한 것으로 이미 정당하게 화가 나 있다"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은) 한국이 나서서 신뢰할 수 있는 동맹임을 입증할 기회"라고도 썼다.
우크라이나는 한국 정부에 미사일 지원을 지속적이고 강하게 호소해 왔다. 반면 우리 정부는 무기 지원이 한러관계를 악화시키고 북한의 러시아 추가 파병 의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이를 거부하고 있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한국을 압박하기 시작한 것이다.
대미투자 최대치 위한 안보 청구서
이처럼 워싱턴발(發) 안보청구서가 무더기로 날아들고 있는 상황은 한국 정부의 대미 투자 발표와 무관치 않다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해석이다. 대미 투자안 확정을 미뤄온 정부는 이달 중 발표를 목표로 미국과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 기업의 미국 내 반도체 공장 추가 투자 요구까지 새롭게 제시하며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돈을 더 내라, 그렇게 하지 않으려면 안보 분야에서의 기여도라도 높이라는 게 매우 명백한 트럼프의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한미 간 소통에 밝은 정부의 한 고위 당국자는 "대미투자든 안보 기여든, 뭔가 내놓으라는 미국의 압박 수위가 임계。을 지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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