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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신빈서혁
댓글 0건 조회 1회 작성일 26-09-23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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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하늘 아래 끝없이 펼쳐진 벌판 / 사진. ©나연만 풀코스 마라톤 대회에 덜컥 당첨된 것이 계기가 되어, 우여곡절 끝에 42.195km를 완주한 것은 2024년 초였다. 처음에는 그저 가벼운 호기심이었지만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고 ‘어차피 이렇게 된 이상 걷지 말고 완주나 해보자’라는 알량한 자존심과 독기로 맹연습을 한 덕에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마라톤 풀코스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 가만히 서 있기도 힘든 4시간 동안 쉬지 않고 달리는 일은, 소문대로 수명이 분 단위로 깎여나가는 듯한 고통을 안겨주었다. 마의 30km 구간을 지나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두 다리가 각목처럼 굳으면서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걸 돈 주고서 하나’ 싶은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 들어찼다. 완주 후엔 버킷리스트도 하나 지웠겠다, 내 인생에 두 번 다시 마라톤 따위는 없을 것이라 다짐하게 된다. 하지만 나의 굳은 결심과 무관하게, 유튜브는 주야장천 마라톤 영상만 들이밀었다. 그간 마라톤을 준비하면서 검색한 결과가 알고리즘에 적용되었기 때문이다. 매일 밤 스마트폰을 켤 때마다 쏟아지는 러닝 영상들을 넘기다, 우연히 한 유튜버가 9월에 올린 영상을 보게 됐다. 영상 속 그는 땡볕 아래에서 그늘 하나 없는 끝없는 벌판을 달리고 있었다. 출발선에서 카메라를 향해 호기롭게 파이팅을 외치던 모습은 영상 10분께가 지나자 귀신처럼 사라졌다 신천지게임 . 몇 분이 더 지나자 그는 터덜터덜 걸으며 급격히 초췌해지고 있었다. 그러다 동네 주민들이 내어놓은 빨간 고무대야에 담긴 물을 발견하더니, 그것을 바가지로 연신 자신의 머리 위에 끼얹었다. 젖은 몰골로 다시 도로로 나서는 그의 모습이 드라마 <왕초>의 주요 인물과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그가 출전한 대회는 바로 ‘철원DMZ국제평화마라톤대회’였다. 가을을 여는 첫 마라톤 대회 9월이면 아직 한여름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시기다. 더군다나 철원의 DMZ 부근은 뜨거운 햇볕을 피할 빌딩이나 숲 같은 그늘이 거의 없다. 화면 너머로 그 참상을 지켜보며 ‘저런 조건에서 마라톤을 한다는 게 말이 되나.’하고 혀를 끌끌 차던 나는, 정확히 1년 후인 2025년 9월 무언가에 홀린 듯 그 대회의 풀코스 출발선인 고석정 광장에 서 있게 된다. 그러고는 내가 측은하게 바라봤던 유튜버의 전철을 그대로 밟으면서, 인간이란 얼마나 어리석은 망각의 동물인지 뼈저리게 깨닫는다. 꼭 당해봐야 알지. 23회째 진행한 대회 / 사진. ©나연만 철원DMZ국제평화마라톤은 가을 시즌을 여는 첫 풀코스 마라톤 대회로, 높은 기온과 그늘이 없는 코스로 악명이 높다. 야마토3 릴게임 철원에서 첫 풀코스를 뛰어 본다는 사람들의 해맑은 표정을 보면, 나도 모르게 측은한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머리 위로는 불볕이 쏟아지고 발 아래에는 아스팔트가 달궈진다. 게다가 출발선부터 이어지는 은근한 오르막길이 무려 20km짜리라는 사실은 차라리 모르고 참가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낫다. 그리고 도중에 레이스를 포기하더라도 도망칠 곳이 없다. 전철은커녕 버스도 없고 택시도 없다. 코스 일부가 민간인 통제구역이기 때문이다. 포기한 주자들은 언제 올지 모르는 회차 버스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오아시스 같은 아이스크림 존 오아시스 같은 아이스크림 존 / 사진. ©나연만 어쩌다가 길가에 큰 나무가 만든 그늘이라도 보일라치면 레이스의 올곧던 직선 행렬이 자석에 이끌리는 쇳가루처럼 그늘이 있는 방향으로 왜곡되는 진풍경을 볼 수 있다. 오죽하면 전깃줄의 그늘이라도 고맙다는 농담을 하겠는가. 뙤약볕을 정통으로 맞아가며 비틀비틀 뛰다 보면 데스밸리를 달리는 포레스트 검프가 떠오르고 “나사로를 보내어 그 손가락 끝에 물을 찍어 내 혀를 서늘하게 하소서”라는 성경 구절도 떠오른다. 진짜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것 같은 32km 지。에는 기적처럼 아이스크림 존이 있다. 아마도 나사로가 보냈겠지. 또 다시 1년이 흐른 올해. “오늘도 바보처럼 미련 때문에~” 윤수일의 노래를 흥얼대며 철원에 서 열리는 마라톤에 참가하는 답 없는 나를 발견한다 모바일 야마토게임무료다운받기 . 올해도 무의식적으로 풀코스를 신청했다가 주변에서 사람이 일단 살고 봐야 한다며 말리는 통에 하프 코스로 타협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코스 변경이 가능했다.) 그리고 하프코스를 완주한 후에는 역시 풀코스에 신청할 걸 그랬나 싶은 아쉬움과 함께, 진짜 답이 없는 인간이라는 생각이 동시에 드는 것이다.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라는 거짓말 대회가 끝난 후 다들 사들고 왔던 철원 사과 / 사진. ©나연만 이 험난한 마라톤의 인기는 날로 높아만 간다. 왜 다들 사서 고생을 하러 철원까지 몰려드는 걸까. 그 이유 중 하나로 주최 측의 세심한 노력을 빼놓을 수가 없다. 주최측은 서울과 경기도의 20곳으로 셔틀버스를 보내 참가자들을 철원까지 수송하고, 철원 지역 상품권과 오대쌀도 안겨준다. 무엇보다 참가자들의 안전을 위해 촘촘하게 배치된 급수대와 운영요원들을 보면서 얼마나 진심으로 대회를 준비했는가가 피부로 와닿는다. 언제나 반가운 골인 지. / 사진. ©나연만 결국 완벽한 대회 운영과 지역 주민과 군인들의 넉넉한 인심, 그리고 결승선을 넘었을 때 폭발하는 무언가가 절묘하게 섞여 러너들을 홀리는 것이다. 대회가 끝난 후 철원 특산품까지 사가지고 돌아오는 셔틀버스 안에서는 그 끔찍했던 고통을 새하얗게 잊고 만다. 그렇게 러너들은 오늘도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라는 새빨간 거짓말을 반복하며 이 바보 같은 미련 속으로 기꺼이 뛰어든다. 것은 202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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